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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관련서적 북토크

"프롬 스톡홀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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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여행은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듯 걷는 일이었다.

미리 쓰여 있지 않은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이야기를 쓰면서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든 쓰든지 읽든지 해야 했기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민감해졌다.

말이 사라지자 생각이 차곡차곡 쌓였다.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니 발걸음이 느려졌다.

데리고 다닐 동행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과 친해질 수 있었고, 마음을 알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2019년 정도에 한 번 읽고,

2020년 말에 이곳 블로그에 "북유럽 시티투어 전문서적(3)- 스웨덴 스톡홀름"이란 제목으로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https://doolytubbies.tistory.com/1233)

 

 

그리고 최근에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그 때의 깊고 그리움을 남기게 하는 책의 감성이 너무나 그리웠기에....

 

오늘은 "프롬 스톡홀름"(어렴풋한 것들이 선명해지는 시간)이란 책에 대해 서평을 남겨 봅니다.

 

<프롬 스톡홀름, 배주아 글,사진, 폭스코너> *사진자료인용 배주아 저자 브런치

 

책의 제목에서 프롬 스톡홀름(from Stockhlom)이라고 한 것에서부터 비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자기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느꼈다는 관점의 다소 정형적인 의미의 투(to)의 개념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주체적인 관점으로의 비정형적 의미의 프롬(from)이란 개념을 넣게 되니,

책의 제목에서부터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 의미가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처럼 이 책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여행하는 동안의 저자의 자유롭고 깊은 감성의 향연이

쓰여진 여러 글의 가운데에서 느껴집니다. 여러번 밑줄을 그으며 읽고, 다시 읽었던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프롬 스톡홀름 북 트레일러> 온라인 교보문고 제공

 

"철저히 혼자라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구나.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도 없는 세상에 온 것이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도시. 이름이 불릴 일도 없을 테니 이름없는 사람이나 다름 없었다.

누구의 자식도, 누구의 친구도, 누구의 동료도, 누구의 무엇도 아닌 그냥 나, 뿐이었다.

어떤 연결도 존재하지 않는,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유혹이나 요구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한없이 주어진 자유와 책임.

그러니 즐기는 것도 즐기지 않는 것도 모두 나의 몫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처음인 세상과의 만남. 그것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낮선 세상 속으로 중,

 

 

너무나 공감했던 것이,

제가 2017년 핀란드 헬싱키에 처음으로 혼자하는 북유럽여행으로 왔을 때,

헬싱키 반타 공항에서 615번 버스를 타고 헬싱키 하카니에미 시장에서 내려서 

숙소를 찾지도 못하고, 누구에게 말도 걸지도 못하고, 뭔가 진공상태에 있는 듯한 답답한 찰나의 시간,

그것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다시 핀란드를 가게되면 그 추억의 현장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 같은데,

그 때의 낮선 느낌이 다음에는 어떻게 느껴지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자의 스톡홀름에서의 그 처음으로 느꼈던 낮선 느낌을 읽으며 "어쩜 이리도 같을까!" 

그리 느꼈습니다. 너무나 인상적인 구절이었습니다.

 

<스톡홀름 감라스탄의 밤 풍경> 저자는 밤시간에 스톡홀름에 도착했습니다

 

가끔씩 멜로디는 텍스트 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가 침묵이나 감정처럼 언어 아닌 것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 언어로 해석하여 전달하던 것을,

언어 없이 본래의 덩어리대로 전달받는 느낌이 든다. 

멜로디가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 것을 머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가슴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슴이 주장하는 요구를 따라 나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설명없는 그 위로를 받아들이며 마음껏 오해했다.

 

- 언어가 사라진 위로 중,

 

저자가 쿵스가탄(Kungsgatan) 거리 세르엘(Sergel)광장 주변에서 어떤 거리에서의 첼로 연주로

버스킹을 하고 있는 연주자의 연주를 보고 들으면서 남긴 단상입니다.

 

날카로운 언어와 비난, 갈등이 깊어진 이런저런 모습들을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금,

어느때보다 위로를 받고싶은 마음의 갈급함이 있는데, 이 구절을 읽으면서 깊은 일렁거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핀란드 헬싱키 중앙 거리에서 보았던 몆몆 버스킹의 순간이 떠올려지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f0xbhDa0QYA

                                      <2017년 핀란드에서 보고 촬영했던 비발디 사계 겨울 1악장>

 

 

여전히 슬프지 않을 자신은 없다.

다만 보편적 슬픔을 감수하게 하는 나만의 기쁨은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기쁨이 없다면 찾아내야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슬픔만 껴안게 되니까.

그런 삶은 무거워지니까.가라앉으니까.

 

슬픔이 불행이 아니라. 슬픔밖에 없는 것이 불행이다. 그리고 불행은 행복의 부재일 뿐이다.

나라는 영혼을 세상으로 띄워 보내기 위해서는 기쁨이란 풍선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견디는 삶이 아니라 감수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괄호안에 있을 때 더욱.

 

나의 모든 슬픔을 괄호 안에 넣는다.

그리고 나의 모든 기쁨으로 말한다.

인생은 아름다워, 라고.

 

- 슬픔을 감수할 수 있는 기쁨 중,

 

이런저런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일어났었고, 마음이 공허해지기도 했던 지난 시간들,

(2021년만 놓고 보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표현에서처럼 인생은 아름다울 것이라 믿고 여전히 걷습니다.

그리고 잘은 보이지 않지만, 제게도 여러가지 가능성과 어쩌면 지금도 누리는 행복의 요소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발굴하면서 저 스스로를 깊이 사유(思惟)하며 차근차근 일상을 누리는 것,

이런저런 마음 둘 곳이 없을 정도로 고단한 요즘, 책의 구절이 저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그래요, 그저 누리고 걷습니다.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Visit Sweden 에서 인용 

 

홀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존재하며 그런 서로를 인정해주는 관계.

혼자서도 잘 살아가고, 함께도 잘 살아가는 적절한 균형의 삶.

남들과의 경쟁보다는 내 앞에서 펼쳐진 길을 즐겁게 걸어가는 것.

이런 것들이 스톡홀름과 내가 서툴게 나누었던 교감이었다.

 

부러워만 하다가 올 줄 알았는데 이상했다. 벗어나고 싶었던 삶과 일상을 오히려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 대상이 아닌,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왜 스톡홀름이어야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고마워,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 줘서.

기억할께, 눈부시게 아름답던 너의 이야기.

 

-낮선 출발 중, 

 

<2017년 10월 10일 핀란드 헬싱키를 떠나기전 페북에 올린 단상>

 

왜 여행에서는 떠나는 순간에 그 장소에 대해서 애정을 담아서 표현을 할까요,

(장소를 의인화 시키는것까지, 책의 내용과 감성이 저와 너무 닮아서 더욱 놀랐습니다)

 

저자의 다짐이 저와 거의 같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었고,

이미 예전 여행기를 올릴 때, 그 다짐을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이래서 여행을 하는 자의 감성이 비슷한 것이구나" 이리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스톡홀름에서, 그리고 저는 헬싱키에서,

"프롬 스톡홀름"을 읽으면서 마치 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는 4개 정도의 단상을 표현했는데, 실제 더욱 많은 감성의 향연에 빠졌던 독서의 과정이었습니다.

아마 저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비슷한 관점에 서로가 놀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되는군요(저자의 인스타에 이 블로그 글을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 독서의 시간이었고, 그 서평을 남기고있는 지금도 매우 소중하고 기쁩니다.

옭아매는 여러 갈등의 모습들을 보고 듣는 지금의 메마른 시간들 가운데서,

저의 내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고마웠던 독서의 시간이었고, 그것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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