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에 관한 책 가운데서 이전 "걷기의 인문학"(리베카솔닛 저)에 이어
얼마전 "걷기예찬"(다비드 르 브르통)을 다 읽었습니다.
(제가 가진 걷기시리즈중 두 번째 서적)
2002년 1월에 초판이 나왔는데 그후로 17년정도가 지나도록
이 책은 걷기의 바이블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책이고
걷기에 대한 깊은 인식의 사유(思惟)가 담긴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관해서 약간의 서평을 작성해 봅니다.
감히 이 책의 그 깊은 걷기에 관한 철학을 표현하는 것은
저의 언어로는 부족함이 있을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저자인 다비드 르 브르통(David Le Breton)은 특히 이전 저서들 가운데
"몸"에 관한 성찰을 담은 책을 여러권 저술을 했습니다.
"몸과 사회"
"몸과 현대성의 인류학"
"몸의 사회학"
"몸이여 안녕"
그외에도 몸과 관련된 여러 저서가 있으며 "몸"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학자이자
사회학 교수이기도 합니다.(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걷기에 있어서는 몸의 여러 부분이 유기적으로 반응을 일으켜서
단순히 걷는 다리와 발의 행동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가치의 부분까지 확장되는 데,
걷기의 깊은 매력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몸으로 대표되는 다리와 발을 이용한 걷기가 좀 더 고상한 마음과 정신의 확장으로까지 이어지는
걷기의 철학, 그 철학의 부분에까지 걷기를 "예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인간들에게 두 다리 이외에 다른 이동수단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살아가는 동안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행자가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인간은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며 타자를 정복하고 멸시하기보다는 타자에게 자신을 열러보이려고 애썼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발로 걷는 사람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혹은 기차,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거만하게 구는 일이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보행자는 언제나 인간의 높이에 서서 걸으므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세상이 거칠다는 것을 느끼고 길에서 지나치게 되는 행인들과 우정 어린 타협을 이룰 필요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 "세상을 향하여 마음을 열다" 중,
걷기가 겸손함을 부른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더더욱 발달된 교통수단과 빈부와 노동의 격차로 인하여서 "걷기"의 부분이 차별받고
많이 걷는 사람들이 적고 효율적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하는 사람들에 비해 이래저래 비교되는 현실,
그 현실들이 늘 불편하게 여겨졌는데, 여기 이 깊은 의미의 글을 보고 나니 위로가 되었습니다.
"걷기는 세계의 자명함을 되찾게 해주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흔히 자아의 변두리에 내던져졌다가 중력중심을 회복하기 위하여 걷는다. 한발 한발 거쳐가는 길은 절망과 권태를 불러 일으키는 미로이기 쉽지만 지극히 내면적인 그 출구는 흔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시련을 극복했다는 느낌 혹은 희열과 재회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발걸음들에 점철되어 있는 고통은 세계와의 느린 화해로 가는 과정이다.
걷는 사람은 낭패감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계속 한몸을 이루고 사물들과 육체적 접촉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행복하다.
온몸이 피로에 취하고, 다른곳이 아닌 바로 저곳으로 간다는 보잘것 없지만 명백한 목표를 간직한 채 그는 여전히 세계와의 관계를 통제,조절하고 있다. 물론 그는 방향감각을 잃기도 하지만 아직은 알지못할 어떤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걷기는 하나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 되어 불행을 기회로 탈바꿈시킨다. 인간을 바꾼다는 영원한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길의 연금술이 인간을 삶의 길 위에 세워놓는다.
- "거듭나기로서의 걷기" 중,
물리적인 길과 걷는 행위만이 아니라 내면의 목표를 향해 걷고있는 저의 마음과 행동학적인 현재의 모습과
순간순간의 혼란스러움과 좌절, 실패등에 마음이 힘들때가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저의 내면을 돌아봅니다.
길이라는 것, 걷기라는 것이 무조건적 정형화의 틀이 아니기에 더욱 매력있는 연금술이라는 것,
본문의 내용은 이에 대해서 감칠맛나게 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에 새기면서 여전히 걷기는 숭고하고 매력있으며, 한시도 중단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핀란드 헬싱키의 거리를 걸으면서 단순한 걷기와 움직임으로만 여기 거리를 대한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룬 희열의 현장에서 한 발자욱, 한 발자욱마다 제 인생의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걸었던 그 뿌듯함,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걷기의 추억입니다.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상태에서 이 책을 더하여 읽게 되니,
더더욱 핀란드의 거리가 그리워지는군요. 다음에 여기를 가게 될 때는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 있는 한국, 여기의 생활반경에서의 온갖 걷기의 부분에서도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걸어야 하겠구요,
어느순간, 저에게도 책 한 권 이상의 "걷기예찬"이 나올 수 있겠죠.
그렇기에 지금의 걷기의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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