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이란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피아노라도 조율을 잘 못하면 결코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소리에 힘이 갖추어지면 조율사가 감동하고, 다음으로 연주자가 감동하고,
끝으로 청중이 감동한다.
조율에서는 작은 것에 충실해야 한다.
후배들은 피아노 해머 어디를 어떻게 바늘로 찔러야 좋은 소리가 나느냐고 묻는다.
한 방 뚫어서 좋은 소리가 나면 다 그렇게 하겠지만, 똑같이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르다.
결과는 조율사가 쌓아 온 노력만큼만 나온다.
오늘 최고의 비법을 배웠다고 해도 내일 그대로는 안된다.
-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 피아노 조율을 대표하는 조율명장1호,
올해로 65년의 조율인생을 살아가시는 이종열 조율사님의 책 "조율의 시간" 책을 읽은 서평을 옮겨 봅니다.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로 피아노 조율과 피아노 옮김(그랜드 피아노를 두 명이 옮긴 역사적으로 기운이 찬 시절)을 하던
한 피아노 유통업체에서 일 주일 정도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했던 일은 주로 1톤트럭을 이용해서 피아노를 옮겨 연주회장으로 옮기거나 다시 가져오는 일을 했는데,
허리는 삐끗하지 않았지만 버틸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과감히 때려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피아노 조율, 그리고 피아노 유통업체를 보기만 하면 극도로 예민해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아노 조율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저도 피아노 조율에 관심을 가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하는데, 절대음감 수준의 청각상태와 약간의 연주가 가능했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자신없는 음감이고 연주의 부분입니다.
그런 저의 약간의 경험, 관심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절대우위에 계신 분,
이종열 조율사님(선생님)께서는 1956년 피아노 조율에 입문하시고 올해 83세의 연세에도 상관없이
여전히 현역으로 피아노 조율을 하시는 분입니다.
수도피아노사, 삼익피아노사를 거쳐 프리랜서 조율사로 독립을 했으며,
세종문화회관, KBS홀 , 호암아트홀, 국립극장등에서 피아노 조율을 했으며
지금은 서울 예술의 전당과 롯데 콘서트홀 수석 조율사로 재직중이십니다.
2007년 산업자원부 피아노 조율부분 명정1호로 선정되어 오늘에 이릅니다.
조율에 입문한 뒤로 나는 이왕 하는 일이면 우리나라 최고의 조율사가 되기를 목표로 노력했다.
그러나 전 세계의 피아니스트들을 만나면서 세계적 수준의 조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한층 더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 64년동안(2019년 당시) 한 우물만 판 덕에 요즘은 물이 펑펑 나온다.
날마다 음악속에서 사니 맨날 즐겁고 행복하겠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보이는 이면에는
만만찮은 스트레스가 있다. 말년에 깨달은 것은 이 세상에는 단 한가지도 쉬운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이 있다.
새로운 조율방법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
피아노 소리가 아름답게 만들어졌을 때의 감동,
이렇게 오래도록 일할 수 있다는 즐거움,
일할 수 있어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책 머리에 중,
그동안 이종열 조율사를 통해 한국에서 공연한 피아니스트들이 여러 사람이 있는데,
알리시아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 1923~2009)
러셸 셔먼(Russell Sherman, 1930~)
미켈레 캄파넬라(Michele Campanella, 1947~)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1956~)
미하일 플레트네프(Mikhail Pletnev, 1957~)
조지 원스턴(George Winston, 1949~)
잉그리드 헤블러(Ingrid Haebler, 1926~)
파울 바두라스코다(Paul Badura-Skoda, 1927~2019)
스타니슬라프 부닌(Stanislav Bunin, 1966~)
보리스 베레조프스키(Boris Berezovsky, 1969~)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1947~)
라두 루푸(Radu Lupu, 1945~)
엘렌 그리모(Helene Grimaud, 1969~)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 1975~)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 1953~)
헬무트 도이치(Helmut Deutsch, 1954~)
블라디미르 아쉬케니지(Vladmir Askenazy, 1937~)
외르크 데무스(Jorg Demus, 1928~2019)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ur Rubinstein, 1887~1982)
존 릴(John Lill, 1944~)
게릭 올슨(Garrick Ohlsson, 1949~)
백혜선(1965~)
김선욱(1988~)
조성진(1994~)
등의 피아노 연주자와의 일화가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굵은 색으로 표기한 연주자는 제게 음반으로 있거나 연주회를 통해서 보았던 피아니스트입니다)
"선생님이 조율해 주시면 피아노 소리에서 빛이 나는 느낌이 들어요"
- 피아니스트 조성진
수많은 일화와 다양한 피아니스트와의 만남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때로는 기분좋게, 때로는 매우 속터질 정도로 답답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다양한 연주자들과의 피아노의 조화를 위하여 보이지 않지만 똑부러지게 노력하신 일화들이
이 책에 많은 부분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장인정신"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지만,
감히 그 경지를 이루기에는 모든것이 부족한게 저이고, 다른 많은 이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다만, 그 노력의 부분, 삶의 부분
이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담으면서 앞으로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책과 동시에 영상으로 보는 이종열 조율사님의 인생에 존경을 담아 보냅니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각주"(보충설명) 표기를 좀 더 배려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아노 조율에 관한 부분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다소 그 설명이 어렵게 읽혀진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경받고 보상받아야 할 이종열 조율사님의 삶과 지금의 모습까지도,
많은 본보기가 되었고 본인의 삶을 정리한 인생 에세이라고 여겨지는 데,
이렇게 그 기록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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