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국회의원들의
192시간 26분의
9일여에 걸친 필리버스터가 종료되었습니다.
정치적 의미, 각종 유불리의 상황, 테러방지법등의 이슈를 여기서까지 말하는 것은 제가 넘 글재주가 없어서 하지 않고
제가 주목한 것은 평소 국회방송의 20배에 달하는 시청율, 그리고 국회 일반인석을 꽉 채운 사람들의 관심, 이것이었습니다.
일반의 평범한 학생, 직장인들이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필라버스터의 시간에 방청하는 모습들입니다.
전 이 장면을 보면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울적했던 마음을 좀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저들이 저 38명의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마다 여러가지 생각이 있고 관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생각하고 고민하지는 않았을까 언급해 봅니다.
"나는 시민인가?"
블로그 포스팅 맨 위에 있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님의 이 도발적인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나는 시민인가"라는 질문은 저도 요즘 계속적으로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국민과 시민을 이렇게 구분해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 :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
글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국민(國民)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국가의 구속을 받는 느낌이 있다면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기도 합니다.
국가 구성원인 ‘우리나라 국민’은 국적법에 의하여 한국 국적을 얻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국적은 흔히 출생이나 귀화를 통하여
얻습니다. 이렇게 국민은 한국 국적을 얻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취득합니다.
시민 : 시민은 국가의 주권자
시민(市民)은 글자 그대로 보면 도시의 구성원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시민은 정치에 참여하는
주권자였습니다. 세계사 시간에 영국의 명예 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 전쟁을 ‘3대 시민 혁명’이라고 배웠듯이
이때도 ‘시민’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시민은 도시에서 시민으로 대우받는 사람을 가리켰는데 이러한 시민은 재산이 있고
교양이 있으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하여 시민은 사회와 관련한 교양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 즉 자신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주권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에도 ‘민주 국민’이라는 말보다는
‘민주 시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시민과 유사한 말로 공민(公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민은 시민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국가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한 데 견주어 시민은 인권을 중시하고 인권을 보장 받고
실현하려는 사람이라는 뜻이 더 강합니다.
※출처 국민, 시민, 백성, 신민, 인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사회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사회질문사전, 2011. 11. 1., 북멘토)
송호근 교수님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시민의 요건이 있습니다.
첫째, 신분 질서에서 벗어나 계약질서로 맺어진 독자적 개인들
둘째, 전통적 이해관계(혈연,지연,학연)에서 벗어난 개인들
셋째, 공익의 중요성에 눈 뜬 개인들
이 세가지를 시민사회의 전제조건이라 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의 공통적 표상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P 347)
P.S : 아, 정말 이 사진 올리기 싫었는데.....
한국은 아직도 국민시대를 고수하는 유별난 나라입니다.(국민행복이라는 말이 정말 많이 들렸지요)
"국민"이라는 말은 전쟁, 재난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호칭될 뿐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국민"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죠.
전 어렸지만 기억하는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좀 거드름 치듯 부르던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 인터뷰의 동영상도 기억나고 음성도 기억납니다.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고 보니 어이가 없네요 ㅎ
아 지금같은 경우 대통령의 연두교서나 각종 담화문에 "시민 여러분"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아마 생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시민, 독일 시민은 역사적 위상이 뚜렷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19세기 100여년 동안 당시의 지배층과 겨루는 과정에서
내부 결속력과 독자적인 시민정신을 길렀습니다. 복고적, 특권 지향적 귀족계급에 맞서 진취적, 평등지향적 윤리를 내세웁니다.
상공업 발전에는 계약과 신뢰가 필수적이고 문화적 품격과 세속적 경건성을 결합시키기에 이릅니다.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자치"로 풀었습니다. "자기생존"을 위해서는 "타인에의 배려"를 우선해야 한다는 공존윤리가 시민의 발명품인 "자치행정"에서
움을 텄습니다. 유럽에서 노동자와 농민이 권력에 도전해 왔을 때, 계급 타협으로 풀었던 것도 공존의 정신입니다.
국민이 되기 전, 그들은 시민이었습니다. 워싱턴 시민, 베를린 시민이 아니라 가족, 사회, 국가의 균형을 지향하는 보편인,
그 보편인으로서 그들은 살아갑니다. 시민권이란 "나"를 위해 "남"을 존중할 의무를 뜻합니다.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시민"이란 말에 대해, "시민권"이란 말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무자비한 범죄와 여러 사건사고들이 들립니다.
특히 보복운전에 관한 뉴스를 거의 매일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합니다.
저도 운전을 주중에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뉴스를 들으면 참 두려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그렇다고 운전을 안 할 수도 없고....
다시금 마음을 먹습니다. "나"를 위해 "남"을 존중하겠다는 마음....이 마음 말이죠.
이 "나는 시민인가"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에 있는 성찰하게 하는 글들로 인해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설레였던 축제와도 같던 9일 192시간이 마쳐졌습니다.
이제는 국회에서가 아닌 일상에서 "시민"들이 "시민권"을 가지고 일상에서 서로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지금 그것이 최선의 방법 아닐까요?
한동안 선거 때문에 들썩거리겠지만, 그것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국민"이라고 울궈먹지만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이 결국 남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고 일상의 삶에서 행동을 할 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될 것 같습니다.
부디 이 시간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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